[유혹자] 이상적인 연인 아이디얼 러버(아이디얼러버 모법 답안)

아이디얼 러버의 에티튜드_

다시 말해 그는 우리의 이상을 반영해주는 존재이다. 우리는 아이디얼 러버에게 우리 자신의 욕망과 이상을 투사한다.

카사노바와 퐁파두르 부인은 대상을 단순히 관능적인 쾌락으로만 이끈 것이 아니라 사랑에 빠지게 만들었다. 
한마디로 관찰하는 능력이 있어야 아이디얼 러버가 될 수 있다. 그들은 목표물로 삼은 상대방의 말이나

1)의도적인 행동을 무시하고 그들의 음성과 몸짓, 얼굴빛과 눈동자의 움직임에 주목한다.

그리고 그런 움직임을 통해 무심결에 자신의 내면을 드러낸다. 사람들은 종종 자신의 이상을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루이 15세는 사냥을 좋아하고 젊은 여성을 탐닉했지만, 그런 행동은 자신의 내면에 깃들어 있는 절망감을

감추기 위한 것이었다. 그는 좀더 고상하고 위대한 삶을 살고 싶어했다. 우리는 모든 분야에서 친절과 선의를

요구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그런 점에서 요즘처럼 아이디얼 러버가 활동하기 좋은 시대도 없다.

이제 어느 누구도 힘있는 자가 왕이라는 식의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 물론 지금도 우리는 매일 사람들과

힘을 겨루며 살아가야 한다. 그러나 고결함이나 자기 희생 같은 덕목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그런 상황에서 아이디얼 러버는 우리를 뭔가 고결한 존재처럼 느끼게 해준다.

풀어 말하면 2)아이디얼 러버는 관능적이고 육체적인 것을 정신적이고 미적인 것으로 보이게 만든다.

모든 유혹자의 경우처럼 아이디얼 러버도 상대방을 지배하고 통제하려 하지만, 이상이라는 외피 뒤에 숨어 있기

때문에 그 본심이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따라서 그만큼 지속적인 유혹의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예1 : 환상을 실현시켜주는 아이디얼 러버

18세기에 일본의 오사카에서 있었던 일이다. 니산이라는 한 남자가 데와라는 정부를 데리고 산책을 하고 있었다.

그는 아침이슬처럼 보이게 하려고 길가에 나 있는 토끼풀 위에 물을 흩뿌려 놓았다.

데와는 그 아름다운 모습에 크게 감동해 "아름다운 사슴 부부는 늘 토끼풀이 무성한 곳에 자리를 잡고

눕는다고하더군요. 그런 모습을 실제로 보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니산은 그녀의 마음을 곧 알아차렸다.

그는 그날 즉시 그녀가 한때 침실로 사용하던 방의 일부를 부수고 그곳에 토끼풀을 심으라고 명령했다.

그날 밤, 그는 농부들에게 산에서 야생사슴을 잡아 집에 풀어놓으라고 지시했다.

다음날 잠에서 깨어난 데와는 자신의 말이 그대로 실현되어 있는 광경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일단 그녀가 감동하는 모습을 본 니산은 토끼풀과 사슴을 없애고 다시 집을 지었다. 

 

예2 : 기사도를 갖춘 남성 아이디얼 러버

역사상 가장 용감한 연인 가운데 한 사람은 불행하게도 장차 러시아 여제가 될 예카테리나 대공녀와 사랑에 빠진

세르게이 살티코프였다. 예카테리나의 남편 표트르는 아내를 의심해 하인들을 붙여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게 했다.

그녀는 고독했고 사랑도 받지 못했지만 달리 도리가 없었다. 젊고 잘생긴 장교인 살티코프는 그녀의

구원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1752년 그는 표트르를 비롯해 예카테리나를 감시하던 사람들에게 접근했다.

그는 그들과 우정을 나누는 척하면서 예카테리나를 보기도 하고, 편지를 보내 그녀에게 자신의 마음을 알렸다.

그는 예카테리나와 단둘이 있는 시간을 마련하기 위해 아주 무모하고 위험한 행동을 했다. 그는 왕과 귀족들이 함께

사냥을 하는 동안 잠시 말을 몰아 예카테리나와 함께 숲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녀의 처지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그녀를 위해 무슨 일이라도 하겠다고 약속했다. 
예카테리나에게 접근하려다 들통이 나면 그 자리에서 죽음을 당할 수 밖에 없었다. 마침내 표트르는 자기 아내와

살티코프 사이에 확실치는 않지만 무언가 수상쩍은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감지했다. 하지만 살티코프는 표트르의

의심 따위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는 오히려 더욱 열정적으로 온갖 지혜를 짜내 예카테리나와 밀회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했다. 그들은 2년 동안 연인 사이로 지냈다. 나중에 러시아 황제가 된 예카테리나의 아들 파벨은

분명 살티코프의 아들이었다. 결국 표트르는 그를 제거하기 위해 스웨덴으로 보내버렸다.

살티코프의 용감한 애정행각은 이미 스웨덴까지 파다하게 퍼져 있었고

그의 사랑을 얻고 싶어하는 여성들이 줄을 이었다. 살티코프는 사랑을 위해 수많은 역경과 위험을 감수했다.

 

예3 : 섬세하고 이상적인 매너의 남성 아이디얼 러버
1920년대의 아이디얼 러버는 루돌프 발렌티노였다. 적어도 영화에 등장하는 그의 모습은 아이디얼 러버의

전형이었다. 선물, 꽃, 춤, 여성의 손을 잡는 방법을 비롯한 그의 모든 행동에서 상대 여성에 대한 그의 세심한

배려가 드러났다. 그는 여성에 대한 구애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일 뿐만 아니라. 심미적인 차원으로 승화되어야

하는 것임을 보여주었다. 그의 열정과 인내를 지켜본 여성들은 다른 모든 남자들에게도 똑같은 것을

요구하게 되었다. 이 때문에 남자들은 발렌티노를 미워했다. 하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관심을 기울이는 것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하는 유혹은 없다. 그것은 애정행각을 단순한 쾌락을 넘어선, 고상하고 미적인 차원을 지닌 것처럼

보이게 한다. 발렌티노와 같은 아이디얼 러버가 지닌 유혹의 힘은 요즘처럼 헌신과 인내가 결여된 시대에는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다시말해 여성의 이상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이상적인 사랑이 사라진

요즘 같은 시대에는 아이디얼 러버가 더욱 각광을 받을 수밖에 없다.

 

예4 : 관능적이지만 순수해보이는 여성 아이디얼 러버
여성들이 기사도를 지닌 이상적인 남성을 원한다면,

남성들은 창녀같은 관능미와 천진난만한 순수성이 적절히 결합된 여성을 원한다.

르네상스 시대의 이탈리아에는 툴리아 다라고나라는 고급 매춘부가 있었다. 그녀는 사실 창녀나 다름없는

생활을 했지만, 시인이자 철학자라는 명성을 얻어 자신의 사회적 신분을 위장했다.

당시 툴리아는 '정직하고 순수한 만인의 연인'으로 통했다. '정직하고 순수한 만인의 연인'으로 알려진 여성들은

교회에도 나가곤 했다. 하지만 그들의 속셈은 다른 데 있었다. 즉 남성들에게 미사에 참석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자신들이 순수한 영혼을 지니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서였다. 
그들의 집은 사실상 아방궁이나 다름없는 쾌락의 장소였지만, 예술품을 비롯해 페트라르카나 단테 같은 작가들의

책으로 장식을 함으로써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했다. 이런 모습은 남성들의 환상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남성들은 육체적으로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지성과 모성애 그리고 예술성까지 갖춘 여성과 잠자리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더욱더 흥분이 고조되었다. 창녀는 육체적인 쾌락만 줄 뿐 그 뒤에는 환멸감에 빠지게 하지만

'정직하고 순수한 만인의 연인'은 마치 에덴 동산에서 일어나는 일처럼 성행위를 순수하고 고상하게 보이도록

만들었다. 그런 여성들은 남성들에 대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오늘날까지도 남성들은 이런 여성을 이상형으로 생각한다.